mbc◀ 앵커 ▶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같은 강력 범죄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텐데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플러스에서는 절망 속에 살아가는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삶과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김나라 기자입니다.
◀VCR▶
2010년 3월, 늦은 밤 한적한 길가에 택시가 멈춰섭니다.
택시 기사는 트렁크를 열더니, 옷가지에 감싼 시신을 꺼내 버리고 사라집니다.
택시 기사가 여성 3명을 연쇄 살해한 사건.
도로에 버려진 시신은 평범한 50대 가장 김 모씨의 24살 딸이었습니다.
목숨보다 아꼈던 딸이 잔혹한 범죄에 희생된 뒤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 김 모 씨/살인 피해 여성 아버지 ▶
"청천벽력이었죠. 계속 눈만 뜨면 우리 딸 생각도 나고,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도 않고요."
김씨는 절망과 실의에 빠져 생업인 장사도 포기했고, 다른 가족들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김 모 씨/살인 피해 여성 아버지 ▶
"꿈에서도 자꾸 생각이 나니까 일상생활이 도저히 되지 않는 거예요."
지난 2008년, 30대 남자가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에 불을 지른 뒤 뛰어 나오는 입주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숨졌습니다.
갓 스무살이던 서병호씨의 딸도 당시 고시원에 있다가 '묻지마 범죄'에 희생됐습니다.
횟집 요리사로 일하던 서 씨는 딸이 죽은 뒤, 더 이상 회 칼을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 서병호/살인 피해 여성 아버지 ▶
"일 하려고 해도 일이 안 되는 거예요. 딸 자식이 죽을 때 칼 여섯 군데 찔려 죽었는데 생선 목 치면 피가 흐르고 튀는데 일이 됩니까? 못 하지."
도저히 생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고, 결국 빚만 쌓여갔습니다.
◀ 서병호/살인 피해 여성 아버지 ▶
"완전 탕진하고 살다보니 1억 8천만 원인가 빚을 졌더라고요."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같은 강력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한 해 최소 3만 명.
이들 대부분은 사건이 발생한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기 자 ▶
이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5년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돼 시행중인데요, 범죄로 가족이 숨지거나 본인이 크게 다쳤을 때, 지방검찰청에 있는 피해자 지원센터에 신청하면,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상담 치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50대 여성 이 모씨.
작년 12월, 길을 걷다가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크게 다쳤습니다.
◀ 이 모 씨/ 흉기 상해 사건 피해자 ▶
"가만있었으면 죽었어요. 반항을 했더니 칼로 여기저기를 막 긋더라고요"
얼굴에 난 커다란 상처.
다행히 봉합 수술 비용 76만 원은 피해자 지원센터가 내줬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성형 수술을 받으려면 1천만 원이 드는데, 정부 예산이 부족해, 수술비를 지원받기가 쉽지 않아섭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법을 개정해, 피해자 한 명에게 주는 최대 지원 금액을 1억 8천만 원으로 늘렸고, 올해 예산도 105억 원까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피해자들을 충분히 지원하기에 한참이나 부족합니다.
범죄 피해자가 해마다 늘고 있고, 정신적 충격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예산만 늘리기 보다는, 미국처럼 피해자 지원센터에 기부를 하면 세제 혜택을 줘서, 민간 후원금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공정식 교수/한국범죄심리센터장 ▶
"미국과 영국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특징은 NGO(민간단체) 중심이고, 바로 긴급 개입합니다."
정부가 범죄자 한 명을 교화하는데 쓰는 돈은 한 해 평균 2천 5백만 원.
하지만 범죄 피해자 한 명에게 줄 수 있는 평균 지원 예산은 고작 백만원 정도로, 주요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