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꾼 추적자 A씨가 대포통장 대여자에게 실제로 1원을 송금하며 메시지를 보낸 내역.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즉결심판 법정에 섰다. 판사는 “허위신고로 여기에 서게 된 게 맞느냐”고 물은 뒤 그에게 20만원의 과료(科料)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그랬던 건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A씨가 즉결심판을 받게 된 이유는 그가 중고나라 같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기꾼들을 상대로 벌인 필사적인 추적 작업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7월 사기꾼이 올린 125㏄짜리 오토바이 매물을 중고로 사려다가 300만원을 떼였다. 사기꾼은 A씨가 돈을 입금하자마자 잠적해버렸다. 그는 다른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반년 넘게 추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A씨가 쓰는 방법은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1원 송금법’이다. 사기꾼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통장을 범행에 이용한다. 아르바이트 사이트 등을 통해 통장을 빌려줄 사람을 고용하는데, 허위 매물에 속은 피해자의 돈이 이 통장으로 입금되면 통장 대여자를 시켜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이체토록 한다. A씨는 “이들에게 통장을 빌려준 이들은 자신의 통장이 사기 범행에 이용된다는 사실도 모른다”며 “사기꾼은 해외 구매대행 업체 등을 빙자하며 ‘세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라고 안심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A씨는 사기꾼의 허위 매물 글이 올라오면 사기에 당해줄 것처럼 접근해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해당 계좌로 1원을 반복적으로 송금하면서 메시지를 적어 넣는다. ‘당신의 계좌는 범행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전화주세요’ ‘010-1234-5678’ 같은 식이다. 통장 대여자에게서 연락이 오면 설명을 해 주고, 경찰에 신고토록 한다.
A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 계좌에서 돈이 이체된 다른 계좌들을 따라가면 사기꾼의 진짜 계좌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사기꾼이 올린 글을 찾아 1원 송금법으로 추적했다. 1차 계좌주에게서 연락이 오면 1차 계좌주가 어디로 이체했는지 알아내 2차 계좌주와도 접촉했다. 하지만 3차 계좌주에게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A씨는 “그(3차 계좌주) 통장이 돈세탁을 하는 마지막 통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기꾼이 직접 관리하는 통장이기 때문에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았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차 계좌주를 설득해 서울 중부경찰서에 3차 계좌번호를 들고 신고토록 했다. 하지만 2차 계좌주는 피해자가 아니어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방법을 강구한 끝에 A씨는 자신이 피해자가 되기로 했다. 3차 계좌에 500원을 입금한 뒤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사기꾼과 실제 대화한 것처럼 카카오톡 대화록을 만들어 경찰에 제출했다. 더 큰 피해를 막고자 일종의 자작극을 벌인 셈인데, 경찰은 이를 허위 신고라 보고 즉결심판에 넘겼다.
중부서 관계자는 “허위 신고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은 영장까지 발부받고 추적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추적해보니 그 대화 자체가 조작이었다. 경찰 입장에서는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 꼴이 됐다.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명백한 허위 신고를 경찰이 수사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즉결심판에서 판사는 “조사는 일반인이 아닌 경찰이 하는 일이니 나서지 말라”고 훈계했다.
A씨 역시 자신의 행동이 과했던 점은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을 수사 당국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사기꾼이 지금도 똑같은 방법으로 수많은 사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데 수사는 늘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A씨 등 사기꾼들을 오래 추적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사기꾼 조직 본체는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도 ‘중국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되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어 기소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다’는 식의 사건처리 결과를 통보받는 게 다반사다. 수사에 실망한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을 포기하기도 한다.
수사망을 유유히 피해다니는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이 모인 카페나 오픈채팅방을 모니터링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실제 A씨는 사기꾼으로부터 ‘내가 이 짓만 지금 7년째 하고 있는데, 너희들 절대로 나 못 잡아’ 같은 조롱 메시지를 받는가 하면 ‘한 달에 1000만원씩 줄 테니까 우리 좀 그냥 놔둬라’는 회유도 받았다. 집 주소를 알아내 A씨 집으로 ‘배달주문 폭탄’을 넣는 식의 보복성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A씨는 사기꾼 추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그는 “사기꾼들이 가장 바라는 게 피해자들이 며칠 화내다가 그냥 잊어주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잡기 어렵다 해도 적어도 쉽게 사기를 치지 못하게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즉결심판 법정에 섰다. 판사는 “허위신고로 여기에 서게 된 게 맞느냐”고 물은 뒤 그에게 20만원의 과료(科料)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그랬던 건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A씨가 즉결심판을 받게 된 이유는 그가 중고나라 같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기꾼들을 상대로 벌인 필사적인 추적 작업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7월 사기꾼이 올린 125㏄짜리 오토바이 매물을 중고로 사려다가 300만원을 떼였다. 사기꾼은 A씨가 돈을 입금하자마자 잠적해버렸다. 그는 다른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반년 넘게 추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A씨가 쓰는 방법은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1원 송금법’이다. 사기꾼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통장을 범행에 이용한다. 아르바이트 사이트 등을 통해 통장을 빌려줄 사람을 고용하는데, 허위 매물에 속은 피해자의 돈이 이 통장으로 입금되면 통장 대여자를 시켜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이체토록 한다. A씨는 “이들에게 통장을 빌려준 이들은 자신의 통장이 사기 범행에 이용된다는 사실도 모른다”며 “사기꾼은 해외 구매대행 업체 등을 빙자하며 ‘세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라고 안심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A씨는 사기꾼의 허위 매물 글이 올라오면 사기에 당해줄 것처럼 접근해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해당 계좌로 1원을 반복적으로 송금하면서 메시지를 적어 넣는다. ‘당신의 계좌는 범행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전화주세요’ ‘010-1234-5678’ 같은 식이다. 통장 대여자에게서 연락이 오면 설명을 해 주고, 경찰에 신고토록 한다.
A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 계좌에서 돈이 이체된 다른 계좌들을 따라가면 사기꾼의 진짜 계좌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사기꾼이 올린 글을 찾아 1원 송금법으로 추적했다. 1차 계좌주에게서 연락이 오면 1차 계좌주가 어디로 이체했는지 알아내 2차 계좌주와도 접촉했다. 하지만 3차 계좌주에게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A씨는 “그(3차 계좌주) 통장이 돈세탁을 하는 마지막 통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기꾼이 직접 관리하는 통장이기 때문에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았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차 계좌주를 설득해 서울 중부경찰서에 3차 계좌번호를 들고 신고토록 했다. 하지만 2차 계좌주는 피해자가 아니어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방법을 강구한 끝에 A씨는 자신이 피해자가 되기로 했다. 3차 계좌에 500원을 입금한 뒤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사기꾼과 실제 대화한 것처럼 카카오톡 대화록을 만들어 경찰에 제출했다. 더 큰 피해를 막고자 일종의 자작극을 벌인 셈인데, 경찰은 이를 허위 신고라 보고 즉결심판에 넘겼다.
중부서 관계자는 “허위 신고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은 영장까지 발부받고 추적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추적해보니 그 대화 자체가 조작이었다. 경찰 입장에서는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 꼴이 됐다.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명백한 허위 신고를 경찰이 수사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즉결심판에서 판사는 “조사는 일반인이 아닌 경찰이 하는 일이니 나서지 말라”고 훈계했다.
A씨 역시 자신의 행동이 과했던 점은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을 수사 당국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사기꾼이 지금도 똑같은 방법으로 수많은 사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데 수사는 늘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A씨 등 사기꾼들을 오래 추적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사기꾼 조직 본체는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도 ‘중국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되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어 기소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다’는 식의 사건처리 결과를 통보받는 게 다반사다. 수사에 실망한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을 포기하기도 한다.
수사망을 유유히 피해다니는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이 모인 카페나 오픈채팅방을 모니터링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실제 A씨는 사기꾼으로부터 ‘내가 이 짓만 지금 7년째 하고 있는데, 너희들 절대로 나 못 잡아’ 같은 조롱 메시지를 받는가 하면 ‘한 달에 1000만원씩 줄 테니까 우리 좀 그냥 놔둬라’는 회유도 받았다. 집 주소를 알아내 A씨 집으로 ‘배달주문 폭탄’을 넣는 식의 보복성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A씨는 사기꾼 추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그는 “사기꾼들이 가장 바라는 게 피해자들이 며칠 화내다가 그냥 잊어주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잡기 어렵다 해도 적어도 쉽게 사기를 치지 못하게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