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고용 안정과 차별 없는 근로조건을 내세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오히려 근로자들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내몰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1일 고용노동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운영 안내서를 분석한 결과 초과근로, 전일제 전환, 고용 안정, 생계유지 등 주요 분야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정부의 공언에 비해 열악한 일자리라는 점이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안정적인 고용과 근로조건에 있어 차별이 없으면서 향후 조건이 맞으면 전일제 전환도 가능한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무기 계약직으로 시간선택제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임금의 50%와 국민연금·고용보험 사업주 부담분을 전액 지원키로 했다. 지원 요건은 최저임금(내년 기준 시급 5210원)의 130%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임금·복리 후생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근로시간에 비례해 균등한 대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선택제는 계약된 근로시간을 넘겨 일해도 초과근로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간제 근로자의 법정 초과 근무 한도는 주당 12시간이고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연장근로수당(시급의 1.5배)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사업주가 일당 5.6시간 이하로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에게는 주당 12시간의 초과근로를 시켜도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최저임금의 130%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장근로 대가인 매월 16만원 정도를 받을 수 없다. 사업주 입장에선 전일제 근로자와 똑같은 8시간 근무를 시키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반대로 근로조건만 열악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여 수준도 지나치게 낮다. 최저임금의 130%를 가정하면 하루 6시간 일을 해야 한 달에 81만원을 벌게 된다. 정부는 계약기간 1∼2년인 시간제 근로자도 시간선택제로 인정해 중소기업에 한해 사회보험료를 지원키로 했다. 노동계가 고용이 불안한 저질 일자리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대부분 전일제 전환이 불가능한 일자리다. 정부는 이미 시간선택제로 채용되는 공무원은 전일제로 전환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기업을 상대로 발간한 안내서에는 시간선택제의 도입 목적을 장시간 직무 분할, 피크타임(손님이 몰리는 시간) 해소, 우수인력 확보로 꼽았다. 이 목적으로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한다면 기업이 전일제로 전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간제 일자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고안한 용어다. 그러나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정한 ‘단시간근로자’일 뿐이다. 법과 노동행정이 바뀌지 않으면 용어 변경엔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