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ㄱ양(13)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새로 친해진 같은 반 친구들끼리 카카오톡 메신저에 ‘절친방’을 만들었다. 단순한 대화방이 아니라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한 친한 친구들끼리 일상과 고민을 공유하는 온라인상의 ‘교환일기장’이었다. ㄱ양은 부모의 이혼이나 신체변화에 관한 내용 등 내밀한 고민도 절친방에 적어내려 갔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친구들의 응원과 격려 메시지는 ㄱ양에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절친방에 올렸던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출되기 시작했다. ㄱ양은 “반에서 부모님 문제로 수군수군댄다. 증거가 남아 계속 떠돌기 때문에 더 이상 학교를 못 다닐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ㄴ양(15)은 절친들끼리만 보기로 한 노출 사진이 다른 친구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외부로 공개되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몸에 대한 호기심으로 찍어본 사진이었다. 개인정보 관리업체의 문까지 두드린 ㄴ양은 “부모님에게 알려지면 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쏟았다.
카카오톡, 밴드 등 모바일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교환일기’ ‘비밀일기’ 등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사생활이 유출돼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자살까지 고민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에 남긴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장례식’ 개념을 도입한 개인정보관리업체 산타크루즈 김호진 대표(46)는 12일 “또래 사이 사생활이나 발언내용이 유출된 청소년들의 상담요청이 월 평균 100건씩 접수되며 전체 요청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산타크루즈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상담 388건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이 삭제요청한 정보의 유형 중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이 4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정사와 학내외 사안에 대한 정치적 발언이 각 20%씩 뒤를 이었다. 호기심에 올린 부적합한 게시물(10%)이나 충동적으로 한 욕설(5%), 학내 사안에 대한 평가(5%) 등이 캡처돼 떠돌아다니는 경우도 상당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의 절대 다수는 여학생들이었다.
김 대표는 “‘잊혀질 권리’ 차원으로 망자의 생전 온라인상 흔적을 지우는 것을 돕는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의외로 청소년들의 문의가 가장 폭발적이었다”며 “말로만 도는 소문과 달리 온라인에 남겨진 흔적은 쉽게 퍼지고 피해자의 인생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고통을 주기 때문에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청소년에 한해 무료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박종효 건국대 사범대 교수는 “사춘기 때는 자기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며 “이 같은 특성이 모바일과 결합한 것은 청소년기 우정관계를 돕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지켜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하지만 몇몇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절친방에 올렸던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출되기 시작했다. ㄱ양은 “반에서 부모님 문제로 수군수군댄다. 증거가 남아 계속 떠돌기 때문에 더 이상 학교를 못 다닐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ㄴ양(15)은 절친들끼리만 보기로 한 노출 사진이 다른 친구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외부로 공개되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몸에 대한 호기심으로 찍어본 사진이었다. 개인정보 관리업체의 문까지 두드린 ㄴ양은 “부모님에게 알려지면 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쏟았다.
카카오톡, 밴드 등 모바일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교환일기’ ‘비밀일기’ 등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사생활이 유출돼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자살까지 고민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에 남긴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장례식’ 개념을 도입한 개인정보관리업체 산타크루즈 김호진 대표(46)는 12일 “또래 사이 사생활이나 발언내용이 유출된 청소년들의 상담요청이 월 평균 100건씩 접수되며 전체 요청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산타크루즈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상담 388건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이 삭제요청한 정보의 유형 중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이 4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정사와 학내외 사안에 대한 정치적 발언이 각 20%씩 뒤를 이었다. 호기심에 올린 부적합한 게시물(10%)이나 충동적으로 한 욕설(5%), 학내 사안에 대한 평가(5%) 등이 캡처돼 떠돌아다니는 경우도 상당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의 절대 다수는 여학생들이었다.
김 대표는 “‘잊혀질 권리’ 차원으로 망자의 생전 온라인상 흔적을 지우는 것을 돕는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의외로 청소년들의 문의가 가장 폭발적이었다”며 “말로만 도는 소문과 달리 온라인에 남겨진 흔적은 쉽게 퍼지고 피해자의 인생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고통을 주기 때문에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청소년에 한해 무료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박종효 건국대 사범대 교수는 “사춘기 때는 자기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며 “이 같은 특성이 모바일과 결합한 것은 청소년기 우정관계를 돕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지켜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