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스팸문자 받은 것부터가 정신적 피해"

카드3사, '2차피해에 의한 정신적 피해만 가능' 꼼수 

초유의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관련 소비자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원희룡 변호사(전 새누리당 의원)가 "유출된 정보로 스팸문자를 받은 것으로도 정신적 피해는 자연히 입증된다"는 입장을 본지에 밝혔다. 7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조사와 민주당 김영주 의원의 발표로 '정신적 피해 유무'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금융감독당국과 카드3사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드3사가 온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실상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향후 법정에서 불꽃 공방이 예상된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주 의원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사회통념상 타당성이 인정되는 실제 발생된 경제적, 금전적 피해에 한해 증빙자료 징구가 가능한 경우에만 보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한 정신적 피해, 시간소비 등에 대한 보상은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고객정보 유출 관련 피해구제 처리 계획'을 통해 '직접적인 금전 피해와 연계된 정신적 피해만 보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던 롯데카드 측은 "직접적인 피해와 관련한 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구분해서 어떤 수준에서 보상을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난듯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카드 측은 이날 오후 본사를 방문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조사 현장조사반 소속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검토 중이며 기준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는  '2차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라는 단서를 달고 있어 '정보유출에 따른 단순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국민카드 역시 피해구제 보상원칙에 따라 위변조, 복제, 부정매출 등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상한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정신적 피해가 실제 피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세부적인 기준을 검토하겠다. 하지만 아직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카드3사는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직접적 피해에 대한 전액 보상과 함께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검토할 것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반응을 보면 당시의 액션은 결국 여론 달래기용 꼼수였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카드3사의 임시변통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카드사 무료소송 변론에 나선 원희룡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신적 피해는 이미 있으니까 피해가 있냐 없냐는 쟁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2차 피해가 아니라 이번 사태로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대출모집인 등에게서 스팸문자가 오기만 하면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유출됐다는 사실만 증명이 되면 정신적 피해 사실은 자연히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만 재판 과정에서 검찰수사 기록이 피해자 손으로 넘어오게 되면 이를 확인하면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 승소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2차 피해를 금전적, 실제적인 피해로 규정하려는 카드사 측과 정신적인 피해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을 두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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