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범죄를 자신하던 텔레그램 ‘n번방’ 개설자 ‘갓갓’(대화명) 문형욱(25)이 꼼짝할 수 없는 증거들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문씨는 자신의 범죄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5년 전부터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가 50여명에 이른다는 내용도 털어놨다.
경북경찰청은 1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문씨의 공범 4명 중 3명을 구속하고,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160명도 붙잡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자기 신체 노출 사진을 올린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되었는데 도와주겠다”며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확보한 뒤 성 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들을 협박해 처음에는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요구하다가 차츰 수위를 높여 사진과 동영상 등 모두 3000여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2월부터 ‘○○○ 넘으면 그때부터 ○○방’을 비롯해 n번방으로 불리는 1∼8번방 등 12개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경찰이 성 착취물을 분석해 확인한 피해자는 36명이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10명으로 모두 미성년자다.
주목되는 것은 문씨가 스스로 추가 범죄사실을 실토한 점이다. 그는 경찰에서 “2015년 7월부터 유사 범행을 시작했고 피해자 수는 50여명”이라고 진술했다. 또 텔레그램 이전에는 웹하드와 트위터 등을 이용해 비슷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의 범행동기와 관련해 경찰은 “성적 취향으로 보면 된다. (수익을 노리기보다) 재미를 위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먼저 구속된 ‘박사방’ 조주빈(25)의 범행동기와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조씨는 유료회원 입장료로 받은 가상화폐를 환전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챙겼다. 하지만 문씨는 범행 초기 대화방 입장료 명목으로 1만원씩 모두 90만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받은 뒤 경찰에 꼬리가 잡힐까 봐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들에게 전달해 자신을 신고하지 않고 말도 잘 듣게 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문형욱과 조주빈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지만 (연관성) 수사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가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하도록 지시하는 방법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할 당시 범행에 가담한 20∼30대 공범 4명(3명 구속)도 붙잡혔다. 경찰은 문형욱에게 음란물 제작·배포 등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외에도 아동복지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강요와 협박 혐의 등을 적용해 오는 18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문씨는 앞서 경찰이 디지털분석기법으로 자신을 특정해 소환 조사할 때만 해도 “성 착취물을 다운받은 적이 있지만 갓갓은 아니다”며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명백한 증거 앞에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경찰이 수집한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하나씩 제시하며 부인하기 어려운 증거를 들이밀자 심리적으로 무너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