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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굶은 애 밟았을 때 안 죽는다 생각할 사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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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8 23:40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재감정에 참여한 법의학자가 학대 고의성 여부 질문에 “이틀간 굶은 영아를 밟았을 때 안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75)는 18일 “고의성 여부는 판사가 판단하기 때문에 나의 영역이 아니다”라면서도 당시 정인이의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그는 “16개월 영아가 사망 당일과 전날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이렇게 비실비실한 아이를 밟았을 때 안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했다.

이어 “정인이 학대 혐의를 받는 양부모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정인이의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법의학자들에게 재감정을 요청하고, 이들의 사인 분석 등을 근거로 지난 13일 양모의 첫 재판에서 살인죄를 추가 적용했다. 반면 양모 측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와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며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인이의 겨드랑이 왼쪽 부위에서 세 군데의 상흔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양모가 아이의 급소 부위를 가격했을 것이라고 봤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늑골 골절이 발생했다며 “나을만하면 부서지고 나을만하면 부서지는 일이 반복됐을 것”이라고 했다. 학대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양모가 ‘정인이는 잘 울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도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큰소리를 내려면 숨을 크게 내쉬어야 하는데 이때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울어도 아프고, 웃어도 아프다. 정인이는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인이의 감정서에 적었다가 지운 내용이 있다고 했다. “내가 만약 정인이었다면 그렇게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숨지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법의학자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채 감정서를 기술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이 소견을 지웠지만, 대신 그의 컴퓨터에 저장해뒀다고 한다. 대형 강력 사건을 수차례 맡아온 그가 자신의 감정을 감정서에 남기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에서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양부모는 지난해 1월 정인이를 입양한 후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감정 결과 정인이의 사인은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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