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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렌즈에 들어온 여성, 몰카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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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6 23:16
충북 충주에 거주하는 발달 장애인 3급 A씨의 취미는 동영상 촬영이다.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8월15일에도 평소처럼 거리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러던 중 카메라 렌즈 안에 한 여성이 들어왔다. 횡단보도와 신호등 등 주변 모습도 함께 담겼다. 이 여성의 남자친구는 A씨를 '몰카범'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동영상에 찍힌 여성의 모습을 증거로 내세웠고, 성범죄 해당 여부를 법원에 맡기기로 했다. 검찰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약식기소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촬영된 동영상만으로는 성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3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형사1부 임창현 부장판사는 "영상 이미지 중 피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두드러지게 찍혀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영상을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를 내렸다.

장애인 단체는 경찰 수사를 문제 삼았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 "이 사건은 신고자와 경찰 모두가 지적·발달 장애인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참극"이라며 "지적·발달장애인은 전담 사법경찰관이 조사해야 하고, 신뢰관계인을 동석해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권리보장및지원에관한법률 13조(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담조사제)에 따르면 각 경찰서장은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배치하고,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전문지식과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정기적으로 전문 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땐 그와 신뢰를 쌓은 '신뢰관계인'이 동석해야 한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를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부분의 미흡함을 인정하면서도 피의사실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야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무죄 판단은 증거 불충분에 의한 것"이라며 "피의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정확한 피의 사실을 말하긴 곤란하지만, 법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며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강압 수사나 유도신문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A씨의 법률 지원에 나선 장애인단체 측은 "피의사실 인정 과정에서 유도신문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발달 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수사를 벌였다"고 반박했다.

가족이 없는 A씨는 경찰 수사 후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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