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순차 지급을 시작한 4일, 시민들 사이에서 수령과 기부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부를 결심한 시민들은 "당장 돈이 급하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모(3인 가구)씨는 80만원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금으로 자동 인정되게 할 계획이다. 그는 "이 돈이 없을 경우 당장 생계 유지가 어렵다면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국가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더 필요한 곳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부가 좋은 일인 건 알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며 "생각지도 못한 돈을 받게 됐고, 절차도 복잡하지 않은 만큼 이번 기회에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분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종로구에서 만난 최모(38)씨도 "직장인이다보니 월급도 잘 들어오고 있고 딱히 코로나19로 생계에 지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받지 않고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37)씨 역시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기부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도 시키려고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마스크를 기증하거나 의료진을 위한 캠페인을 하는 등 활동을 독려하고 가르쳐야 하는 공감대가 학부모 사이에 많이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장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고 몇 년이 걸리긴 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도 할 겸 기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이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원 혜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38)씨는 "코로나19로 월급이 감소하거나 한 상황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지금 같은 경제난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해서 일단 받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31)씨 역시 "직접적으로 소득에 타격을 입은 건 아니지만 받을 것"이라며 "10년 간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은 큰 매력이 없다. 내가 10년 뒤에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내일 당장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기부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단체에 하고 싶다"며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에 '기부’라는 말을 붙였는데,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재난지원금을 받겠다고 하면 기부하지 않는 나쁜 사람을 만드는 분위기에 거부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이날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280만 가구를 시작으로 전국 2171만 가구에 순차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신청 단계나 수령 이후 전액 또는 일부 지원금을 기부할 수도 있다.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청을 하지 않으면 기부금으로 자동 인정된다. 정부는 기부액에 대해 차년도 연말정산 또는 10년 내에 15%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