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알뜰하지 못한 `알뜰폰` 찬밥신세…

이통사ㆍ제조사 장려금 없어… 유통점 `노마진` 판매 꺼려

"알뜰폰요? 고객님만 손해죠. 비싼 기계 제 값 다 주고 사실건가요?"

9일 서울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을 판매한다는 문구를 보고 한 직원에게 질문을 하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알뜰폰을 판매한다는 수원시의 휴대폰 판매점에서도 이와 유사한 반응이었다. 이 점포의 직원은 "요금은 저렴하지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따져보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돼 전혀 알뜰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문의를 한 서울의 판매점과 함께 해당 판매점은 CJ헬로비전의 대리점과 계약을 해 헬로모바일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정작 관심을 갖고 찾아온 소비자를 만류하기 바빴다. 오히려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혜택을 강조하며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을 독려하고 나섰다.

일부 판매점들이 알뜰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이통사의 영업정지 시기였다. 시장이 얼어붙고 소비자의 발길이 끊기자 대안으로 알뜰폰을 들여놓은 것. 하지만 이통사가 영업을 재개하고 알뜰폰에게 옮겨갔던 수요를 다시 회복하면서 유통점들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알뜰폰은 `반값 통신요금'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를 가게로 들이는 미끼에 불과하게 됐다.

휴대폰 유통점이 알뜰폰 가입을 만류하는 이유는 `장려금' 때문이다. 가입자를 확보할 때마다 이통사와 제조사에서 유통점에 주는 장려금이 유통점의 주된 수입원이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만큼 많은 돈을 쓰지 않는 탓에 알뜰폰은 팔아봤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한 유통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초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통신 요금 거품을 줄이겠다는 알뜰폰의 취지가 결과적으로는 가입자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의 태도 변화는 이통사 영업 정상화로 `찬 밥' 신세가 된 알뜰폰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이통사는 구형 단말기를 중심으로 출고가를 인하,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췄다. 이와 함께 우회 보조금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알뜰폰이 내세우고 있는 가격 경쟁력은 상당부분 상실됐고 이에 따라 이통 시장에서 알뜰폰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4월 순증 가입자 10만 명을 확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알뜰폰은 5월 들어서는 7만명으로 감소, 성장세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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