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까지 훓는 저인망식 MS의 저작권 단속 '도마위'

[아이뉴스 24]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수년 간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한국MS가 최근들어 전방위적인 저작권 단속을 벌이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MS는 최근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의 윈도 서버 운영체제(OS)에 대한 추가 라이선스를 요구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MS는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등에도 공문을 보내 저작권 단속에 나서고 있으며 PC방 업계와도 라이선스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MS 측은 소프트웨어 자산 관리는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라이선스를 이용한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다.

◆라이선스 공세에 학교·유치원·학원 '발칵'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한국MS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일관되지 않은 가격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용 서버 라이선스 문제다. 한국MS 및 유통사들은 지난 해 말부터 전국의 교육청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 교사용 메신저를 계속 사용할 경우 추가로 서버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는 메신저의 경우 데스크톱용 OS가 아니라 서버용 OS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각 학교들은 기업용 메신저 구매 이후 관리 프로그램을 한 대의 PC에 설치해 뒀다. 메신저를 이용하는 교사들은 이 관리 PC에 접속해 메신저를 다운로드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내려받았다.

하지만 한국MS 측은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한 PC의 경우 데스크톱용 라이선스가 아니라 서버용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것은 서버에 접속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서버용 OS 라이선스가 필요하며 관리 프로그램 또한 서버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에 가장 많이 메신저 솔루션을 공급한 지란지교소프트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공문을 받은 일선 학교들이 메신저 개발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지란지교소프트의 '쿨메신저'는 전국 7천여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 측은 "초기 개발할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10여년 넘게 아무말 없던 한국MS가 갑자기 문제를 삼아 이 회사의 메신저 매출은 지난 해 30% 가량 감소했다.

쿨메신저 개발에 참여했던 지란지교소프트 한 관계자는 "1998년 쿨메신저를 만들 때 MS의 이같은 정책을 알았더라면 서버를 리눅스로 만들었어야 했다"면서 "다른 컴퓨터끼리 연결되는 프로그램은 라이선스 정책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만일 학교들이 메신저를 계속 사용할 경우 48만원 가량인 학교당 서버 OS에 하드웨어 비용까지 합쳐 25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뿐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등에도 한국MS는 지난 해 9월부터 공문을 보내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소규모로 라이선스 비용 또한 많지 않은게 사실.

한국MS의 이같은 행동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을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별 문제삼지 않다가 지난 해부터 한국MS의 저작권 단속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PC 시장이 위축되고 신제품 수요도 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돌파구는 없기 때문에 저작권 단속이 수익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C방 업계 "MS 라이선스 횡포 도 넘어"

한국MS는 PC방 업계와도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MS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추진 중이다. 또 다른 PC방 업주 모임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도 한국MS와 라이선스 문제로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측은 한국MS를 상대로 윈도 OS 사용 권리를 보장하고 일방적인 정책 변경으로 불법을 주장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한번 구매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사용권을 계속해서 인정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한국MS 측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는 소유권을 갖는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라 컴퓨터 교체시 새로운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수명을 같이 한다는 논리다. 한국MS 측은 컴퓨터 교체시 이전에 설치했던 소프트웨어도 함께 폐기하고 새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의 경우에는 한국MS의 'GGWA(Get Genuine Windows Agreement)'를 문제삼고 있다. PC방 업주들에게 GGWA를 더 비싼 가격에 사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GGWA는 5대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곳에서 불법으로 윈도 OS를 사용했을 경우 적용하는 라이선스다. 한국MS는 PC방의 경우 상업적인 목적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개인용 GGWA 라이선스 가격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메인보드를 바꾸는 등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때마다 GGWA의 반복 구매를 강요한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MS는 "과거 불법사용에 대한 일종의 벌금이 포함돼 라이선스 가격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는 "PC방 업계는 MS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비현실적인 가격과 판매 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심각한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가격 책정, 불합리한 상품구성, 불평등한 라이선스 정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