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국내 첫 ‘자궁 이식 성공’ 박재범 교수 인터뷰… “첫 환자 눈물 못 잊어”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 성공 사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술을 이끈 건 삼성 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이다. 박재범 교수팀은 올 1월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자궁이 없었던 30대 여성에게 44세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여성은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내 첫 자궁이식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소회와, 그간의 과정을 물었다.

-국내 최초로 자궁이식 수술에 성공한 소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믿고 여기까지 와준 환자분께 감사드린다. 중간에 환자가 마음을 접는다면 의료진은 더 진행할 수 없었다. 환자와 동료 의료진 모두가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는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당시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좌절했을 것 같은데.
“저도 완전히 ‘멘붕’이었다. 자궁 적출 수술을 마치고 환자가 퇴원할 때, 환자하고 눈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길을 피하면 환자가 얼마나 더 좌절할까 싶어서 어렵게 환자를 쳐다봤다 기억이 난다. 환자가 이미 많이 울었는지 눈이 빨개진 채로 정말 어렵게 눈물을 감추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환자가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건넸다. 재이식에 대해서는 ‘우리 또 좋은 기회를 봅시다’라고만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뇌사 기증자가 나타났다.
“조건에 맞는 기증자를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조건을 따져보니 이 환자에게 자궁을 기증할 수 있는 기증자는 우리 병원에서도 2~3년 만에 생길까 말까 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에 44세 뇌사 기증자가 나타났다.”

-뇌사 기증자의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땠나.
“기증자의 가족들이 자궁 기증에 대한 최종 결정을 기증자의 친정어머니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노모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제 진료실로 들어오는 순간이 기억난다. 기력이 없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계셨던 상태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자궁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던 노모가 ‘그러면 성공해낼 수 있지요?’라고 물었다. ‘국내 첫 시도인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꼭 성공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늦은 밤 시작된 이식 수술이 다음날 새벽에 끝났다. 기증자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한 뒤에, 언제 이식이 성공했다고 느꼈나.
“환자가 이식한지 29일 만에 첫 월경을 했다. 자궁 없이 태어난 환자에게는 태어나서 하는 첫 월경인 셈이고, 의료진에게는 이식 성공의 신호탄과 같았다. 환자도 무척 기뻐했다고 들었다. 그때 희망을 품었다. 이후에 6개월 동안 환자가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고, 조직검사 결과 거부반응이 없다는 걸 보면서 성공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자궁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장기이식을 하는 의사로서 희열을 느꼈다. 내가 의사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자궁이식은 다른 장기이식과는 달리 이식을 통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고,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일이다. 새 생명의 기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감정이 든다. 의사로서 ‘이보다 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궁이식을 하지 않더라도, 입양 등을 통해 어머니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간절함을 느끼지 못한다. (자궁이 아예 없어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도 너무나 절실한 일이 된다. 그런 점에 대해서 사회가 섬세하게 고민한다면 좋겠다. 자궁이식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생명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지 생명권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도 사회가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s://v.daum.net/v/20231117110631551

추천 1 비추천 0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싸이공감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이슈/토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19704 "돌 던져 70대 숨지게 한 초등생 측 사과·합의 없어" LV 2 한강데이트 11-20 419
19703 [속보] '슈주' 규현, 30대 여성 흉기 난동에 부상…"뮤지컬 분장실 침입" LV 2 한강데이트 11-20 406
19702 최근 서울시가 출시한 소름 돋는 게임광고.jpg LV 2 한강데이트 11-20 405
19701 [단독] 공정논란 김길수 검거 특진 여경, 정보획득자도 추격검거자도 아니었다.news LV 2 한강데이트 11-20 398
19700 따끈따끈한 오늘자 2023년 중앙일보 대학순위 LV 2 한강데이트 11-20 402
19699 10∼20대 남녀 5명, 드라이브 도중 차량 뒤집혀 여학생 2명 사망 LV 2 한강데이트 11-20 366
19698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유산균 개발 LV 2 산뜻한백수 11-19 380
19697 정부 24 등의 전산망이 먹통이 된 이유 LV 3 시네키노 11-19 395
19696 일본 전철 "남성전용차량" 운행 LV 3 시네키노 11-19 399
19695 제대 7개월 남은 bts 진 LV 3 시네키노 11-19 412
19694 현재까지 수능 만점자 0명으로 확인 LV 3 시네키노 11-19 385
19693 오늘자 아파트에서 어린애가 던진 돌에 맞아 죽은 사건 근황 ㄷㄷㄷ.NEWS LV 3 인생초기화 11-18 549
19692 아파트서 초등생 던진 돌에 70대 노인 즉사…“처벌 어려울 듯” LV 2 초코바나냥 11-18 495
19691 위안부 할머니 보조금 '꿀꺽'…'나눔의집' 前 소장, 징역 2년 LV 2 초코바나냥 11-18 494
19690 울산 신두왕사거리 11중 추돌사고…빙판길 사고 잇따라(종합) LV 2 초코바나냥 11-18 427
19689 속보) 민원서류 발급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면 ‘올스톱’ LV 3 시네키노 11-17 484
19688 [속보] 행안부 "오늘 일과 중 민원서류 서비스 복구 쉽지 않아" LV 3 시네키노 11-17 415
19687 인천서 초등학교 6학년 극단적 선택…유족 측 '학교폭력' 주장 LV 2 산뜻한백수 11-17 431
19686 올해 도입하기 시작한 어린이보호구역 노란색 횡단보도 LV 2 산뜻한백수 11-17 385
19685 '철근 뼈대가 그대로'…고양 지하주차장 기둥 파손돼 긴급 보강 LV 2 산뜻한백수 11-17 412
19684 국내 첫 ‘자궁 이식 성공’ 박재범 교수 인터뷰… “첫 환자 눈물 못 잊어” LV 1 멸치칼국수… 11-17 441
19683 (속보) 주민등록 등본/초본/인감증명서등.. 각종 민원 서류 출력 불가 LV 1 멸치칼국수… 11-17 429
19682 옥천 야산에서 불에탄 SUV 차량 발견 LV 1 멸치칼국수… 11-17 454
19681 초등 친동생 5년간 성폭행 20대 남성 징역 12년 LV 1 멸치칼국수… 11-17 440
19680 80대女 집 침입해 성폭행한 80대男,여전히 동네 활보…이유가 '고령'이라 체포 안 해 LV 1 멸치칼국수… 11-17 437
19679 수능 치는 도중 정전 ㄷㄷ LV 3 조이준 11-16 424
19678 '담 넘은 푸바오' 소동으로 관객 퇴장…결국 '외출 금지령' LV 3 인생초기화 11-16 438
19677 역대급 막장인 아빠 다른 아이셋 낳은 고딩엄빠 출연자 LV 3 인생초기화 11-16 412
19676 [단독]국회, 국민연금 인상 논의. 직장인은 최소 월 평균 13만원 더 내야... LV 3 인생초기화 11-16 384
19675 오늘 새벽 화성서 수험생 투신…“시험 부담감…생명지장 없어” LV 3 인생초기화 11-16 415

조회 많은 글

댓글 많은 글

광고 · 제휴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운영참여·제안 |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 © www.uuoob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