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방만경영’ 문제라더니..임원 연봉 1억에 성과급 약 4000~8000만 원가량이 코레일 보다 더 지급
[프레시안]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는 의혹을 받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연봉 1억 원 안팎의 임원 5명을 두고, 287억 원을 들여 신사옥까지 짓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시안>은 민주당 박수현 의원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 등을 통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삼정회계법인에 의뢰한 사업타당성 분석 용역 결과 보고서를 6일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출범할 수서발KTX주식회사 대표이사 연봉은 1억1000만 원이고, 이사는 1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감사는 연봉 9000만 원이다. 성과급은 언급돼 있지 않지만 코레일 수준에 비춰보면 약 4000~8000만 원가량이 매년 임원들에게 추가로 더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코레일 사장의 연봉은 1억1100만 원이고 부사장은 1억500만 원이다. 이사는 평균 9940만 원 수준, 감사는 8090만 원 수준을 받는다. 여기에 성과급 4000~8000만 원가량을 더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사장의 연봉은 1억8200만 원이다. 이런 임금 수준의 임원이 수서발KTX주식회사에 5명이 더 생긴다는 얘기다.
▲ 코레일이 '삼정회계법인'에 발주한 사업타당성분석 용역 보고서 중에서
방만 경영, 중복 투자 등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서발KTX주식회사를 별도로 설립한다는 논리가 궁색해지는 지점이다.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는 파업 당시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며 "새로운 낙하산 자리만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수서발KTX주식회사 본사 신사옥도 논란거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수서발KTX주식회사 본사 신축비는 287억81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토지와 땅을 매입해 신사옥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는 말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렸던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 철도발전소위원회에서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사업 계획서에는) 본사 신축비로 287억 원이 잡혀 있다. 사옥도 새로 지을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수서역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서역 안에다 본사를 넣는 것으로(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 사장의 발언과 달리 이 보고서에는 본사 신사옥 건립 비용으로 토지 174억3300만 원, 건물 113억4800만 원이 명시돼 있다. 수서역 안에 본사를 넣는 게 아니라 평당 3600만 원인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구입해 별도로 본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 용역 보고서 중 본사 신축 계획. 토지를 사들이고 건물을 짓는 '신축 계획'이 들어가 있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 내에서도 새로운 법인 설립에 따른 판단 근거들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고, 용역 보고서 등은 그와 같은 자료 중 하나로, 신사옥 건립 문제, 임금 체계 등 현재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당시 "대전 코레일 청사 가보니까 너무 크고 빈 공간도 너무 많더라. 이런 게 전형적으로 중복 투자로 인한 비효율이고 돈 낭비"라며 "부채가 걱정돼서 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왜 이런 불필요한 비용을 쓰느냐"고 지적했다.
2.KTX 요금 경쟁 하자면서 400억 호화사옥부터 짓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서발 KTX 운영법인이 어제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호화청사 논란에 휘말렸다. 새 회사가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에 400억원을 들여 사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이야 뭐라든 일단 흥청망청 쓰고 보자는 공기업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경쟁과 효율을 통해 요금 인하를 주도하겠다는 출범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철도 민영화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세금만 낭비할 KTX 분리운영을 이대로 강행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KTX 신규 법인은 코레일 대전 본사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하지만 2016년 열차 운행에 앞서 본사 사옥을 짓기로 했다. 코레일 안을 보면 서울 수서역 주변이나 수원 동탄, 평택 3곳 중 한 곳에 부지를 확보한 뒤 본사 사옥을 신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고속철의 상징성이나 직원들의 자긍심 고취를 이유로 들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빚더미 자회사가 수백억원 들여 호화청사부터 짓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신기할 뿐이다.
코레일도 그렇지만 정부 대응은 더 심각하다. KTX 신규 법인의 사옥 신축안을 보고받은 국토교통부는 이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새 법인이 계속 코레일의 본사에 세들어 살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논리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효율성은 어디 갔는가. 공기업의 예산 낭비를 방치한 채 무슨 개혁인지 의문이다. 겉과 속이 다른 정부 조치에 일선 공기업의 혼선만 커질 수 있다.
KTX 경쟁체제를 둘러싼 정부 논리의 허구성은 한둘이 아니다. 수백억원의 신사옥 비용도 수서발 KTX를 코레일에 맡겼으면 필요없는 돈이다. 정부가 공언한 경쟁효과는 허울뿐이라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새 회사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주요 업무를 코레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라 애초 경쟁이 불가능한 구도다. 승객도 기존 KTX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하는 것으로 드러나 코레일의 경영부실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수서 KTX 노선의 10% 요금 인하 약속도 무너진 지 오래다.
KTX 경쟁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초 예상대로 국민 편익은커녕 수천억원의 국민세금만 낭비할 뿐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퇴직 관료들 자리를 마련하자고 이런 엄청난 부작용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건가. 누굴 위한 KTX 경쟁체제인가. 더 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서발 KTX 폭주기관차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