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구길용 기자 = 법원이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는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의 자본구조 임의변경이 잘못됐다며 감독명령 기관인 광주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사회기반시설의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MKIF)의 민간투자방식에 제동이 걸리면서 5000억원대에 달하는 광주시의 재정부담을 덜게 됐으며 맥쿼리가 투자한 전국의 다른 민자사업 공공시설에도 연쇄효과가 예상된다.
◇행정소송 광주시 승소
광주고법 제1행정부(장병우 수석부장판사)는 9일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자인 광주순환도로투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단 자본구조 변경에 따른 추가이자분 1401억원에 대한 이익귀속 명령은 대상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가 100% 출자한 회사다.
재판부는 광주시의 자본구조 원상회복 감독명령이 사회기반시설의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간투자사업 시행자는 민간투자시설사업 기본계획과 실시계획, 실시협약에 따라 순환도로 건설기간뿐 아니라 운영기간에도 자기자본비율을 똑같이 유지할 의무가 있다"며 "자의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을 28.7%에서 6.94%까지 낮춰 자본잠식 상태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광주시의 자본구조 환원명령은 민간투자사업 시행자에 의한 자발적인 자본상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로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익귀속 명령은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았고 귀속될 금액의 산정과 그 방법 등을 임의적으로 파악할 수 없어 이행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의미
이번 판결은 감독명령의 핵심인 자기자본비율 임의변경의 위법성을 지적한 광주시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시는 맥쿼리가 지난 2003년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지분을 100% 매입한 뒤 두차례 자본구조 임의변경을 통해 타인자본비율을 93.07%로 증가시키는 대신 자기자본 비율을 6.93%(당초 29.91%)로 축소하고 이자율을 10∼20%로 높이는 방식으로 2012년까지 재정지원금 1393억원을 챙겨갔다며 자본구조 원상회복 감독명령을 내렸다.
지난 2003년 1차 자본구조 변경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6.93%로 축소시키면서 이자율을 7.25%, 20.0%, 15.0%로 변경했다.
또 지난 2004년 2차 자본구조 변경을 통해 타인자본 중 선순위 차입금 1420억원의 이자율을 7.25%에서 10.0%로 조정했다. 차입금은 대주주인 맥쿼리측 자본이어서 자본구조 변경에 따른 이익은 대주주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자본구조가 유지될 경우 계약기간인 오는 2028년까지 4880억원의 추가 이자부담이 발생한다. 이미 지난 해까지 1401억원의 추가 이자분이 지급됐다.
또 자본구조 임의변경으로 법인세 20억원과 지방세 2억원 등 22억원의 세금납부를 회피하고 있다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투기성 자본의 부도덕한 민자사업 운영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해 대주주의 수익성만을 앞세우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적자는 국민들의 혈세로 채워나가는 민자사업자의 수익구조를 고발한 것이다.
맥쿼리가 투자한 전국 13개 민자사업 중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서울 우면산터널, 부산 수정산터널 등 타 지자체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시 재정경감 효과
광주시는 광주순환도로투자㈜가 2차례 자본구조 임의변경을 통해 출자자의 이익만 불려주고 스스로 재무상태를 악화시켜 공공도로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게 됐다며 지난 2011년 10월14일 자본구조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액이 2648억원, 자본금이 -1352억원으로 자본 전액이 잠식된 상태다.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2127억원을 벌어 이자로만 2615억원을 대주에게 지급했으며 누적적자액이 1482억원에 달했다.
무상사용기간 종료 연도인 2028년까지 총 4880억원의 이자부담이 예상되며 이미 지난 2013년까지 1401억원의 이자가 지급됐다.
이 같은 자본구조와 MRG(최소운영수입보장율) 85%를 유지할 경우 광주시가 지급해야 될 재정보전금이 5249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자본구조를 원상회복할 경우 광주시가 추가로 지급해야 할 이자분 3479억원이 경감된다.
또 사업자가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이행하지 않아 실시협약을 중도해지할 경우 수천억원대 재정보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자 귀책사유로 제2순환도로를 매입할 경우 광주시 지급 금액의 80%로 매입할 수 있어 551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광주시는 분석했다.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정보전금(MRG)과 시민들의 통행요금이 고스란히 대주주에게만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게 된다.
민자사업자는 정당한 경영활동을 침해하는 감독명령이다며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결국 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전망
광주시는 이번 승소에 따라 자본구조 원상회복 감독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실시협약 중도해지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자체 매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원상회복명령 시정기간은 60일이다. 또 중도해지 사유 치유기간은 90일로 이미 62일이 경과됐다.
따라서 향후 28일 동안 사업자가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하지 않을 경우 시의회 동의를 받아 최종적으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겸 실시협약 해지 통보'를 할 계획이다.
이후 건전한 자본에 매각하거나 직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측은 2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상고할 가능성이 높아 대법원까지는 법적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타 민자사업 영향
이날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광주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맥쿼리인프라가 참여한 타지역 민자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판 결과가 비단 광주 제2순환도로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남 마창대교, 부산 수정산터널 등 맥쿼리한국인프라가 투자한 전국 13개 민자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 민자사업 부서도 이번 소송해 민감한 관심을 나타내며 광주시의 소송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따라서 이번 광주시 승소로 타 지자체에도 연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민선5기 출범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제2순환도로 1구간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이 법원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은 만큼 실시협약의 중도해지를 위한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며 "부도덕한 투기성 자본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2순환도로 1구간(두암IC∼지원IC 5.67㎞)은 민간투자자 대우건설컨소시엄이 1816억원을 들여 완공한 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로 넘어갔으며 광주시는 지난 2000년 실시협약을 통해 '투자액의 9.34% 수익률을 약속하고 향후 28년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율 85%를 보장한다'고 명문화했다.
이후 지난 2011년까지 매년 62억원에서 182억원까지 1190억원의 재정보전금이 투입되면서 '혈세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