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밖에서 “뻥이요!” 소리가 들여오면 엄마를 졸라 다음해 종자로 남겨 둔 옥수수를 들고 달려 나가던 어린 시절. 뜨거운 불 위세서 펑 터지는 옥수수를 보고 인디언들은 갇혀 있던 작은 악마가 뛰쳐나오는 것이라 여겼다.
밀, 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인 옥수수는 약7천 년 전부터 중남미 지역에서 재배되었다. 특히 잉카 제국에서는 태양신의 제전에 쓰는 “치차”라는 술을 위해 안데스 전 지역에 계단식 옥수수 받을 축조했다. 1492년 콜럼버스는 신대륙에 무성하게 자란 옥수수를 보고는 “이곳에는 이상한 식물이 재배되고 있다. 키는 1미터 이상이고 잎은 은으로 되어 있으면 순금의 열매가 달린다.”라고 묘사했다. 콜럼버스 일행에 의해 옥수수는 곧 스페인 및 유럽 전역에 퍼졌고 반세기 만에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식량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즈음 명나라를 거쳐 들어왔는데 “옥수수”라는 이름도 중국어의 “위수수”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장 원시적이며 손쉬운 재배법은 화전(火田)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화전민이 있어 깊은 산속에 불을 질러 초목을 태우고 그 자리에 옥수수를 뿌렸다. 거름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 야생 초목보다 빨리 자라며, 옥수수를 한번 심었던 밭에서는 다른 작물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옥수수는 쓰러져 기울더라도 혼자 일어서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뿌리 위쪽에서 줄기를 둘러싸고 굵은 뿌리가 나는데, 기울어진 부분의 뿌리가 굵고 길게 뻗으면서 줄기를 받쳐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
옥수수는 약 70%가 탄수화물이며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E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옥수수는 속을 편하게 하고 위를 돕는다. 소변을 누기 어렵거나 담석으로 통증이 있을 때 뿌리와 잎을 달여 마시면 좋다.”라고 기록돼 있다. 조상들은 옥수수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다. 습도에 민감한 옥수수 줄기와 잎이 마르면 쾌청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촉촉하게 늘어지면 비가 온다고 했다. 또 뿌리가 지상으로 많이 드러나면 태풍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거라고 믿었다.
옥수수는 종류도 다양한데, 껍질이 튀는 종류의 옥수수는 “튀김 옥수수” 즉 “팝콘(popcpn)”이라고 부른다. 팝콘이 터지려면 내부에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하고 껍질이 두껍지 않아야 한다. 껍질이 부드러우면 늘어나기만 할 뿐 터지지 않고, 또 너무 단단하면 수증기 힘만으로 터뜨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