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더 빠름…더 더 빠름 소비자 현혹하는 ‘그들만의 속도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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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 2014.07.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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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bps면 영화보기 충분한데도
이동통신사들 속도 경쟁 과열
KT, 150Mbps 광대역 LTE 개발하자
SK·LG, 225Mbps LTE-A 맞불
사람 많은 응원장 말곤 효과 없어

엘지유플러스(LGU+) 경영진은 지난 6월30일 서울 남대문로 사옥에서 직원들과 <왓 위민 원트>란 영화를 봤다. 다음날(7월1일)로 예정된 ‘광대역 엘티이(LTE)-에이(A)’ 서비스 개시에 앞서 빠른 모바일 데이터통신 속도를 먼저 체험해보자는 취지였다. 스마트폰에 프로젝터를 달아 대형 화면으로 영화를 봤다.
현재 공급되는 모바일 콘텐츠 가운데 가장 빠른 데이터통신 속도가 요구되는 게 바로 영화 실시간 보기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려면 어느 정도의 데이터통신 속도가 필요할까.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3~5Mbps(초당 백만비트) 정도면 충분하다. 경영진이 직원들과 영화를 볼 때도 5Mbps의 속도밖에 차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가 2011년 7월 시작해 3주년을 맞은 엘티이의 데이터통신 속도는 전국 어디서나 75Mbps(내려받기 기준)에 이르고, 지난 1일 개통한 광대역 엘티이-에이는 225Mbps에 이른다.
물론 모두 이론상 가능한 최고 속도로, 실제로는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영화 실시간 보기가 3~5Mbps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엘티이의 속도가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이동통신 3사가 느닷없이 엘티이 속도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이용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더 빠르다’(속도), ‘더 넓다’(서비스 반경)는 주장과 ‘세계 최초’란 제목을 담은 보도자료가 난무하고, 관련 이벤트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3년 전, 이통 3사는 똑같이 10㎒ 덩어리(폭) 주파수를 사용하는 엘티이를 깔았다. 덩어리 크기가 10㎒로 같은 만큼 데이터통신 속도도 75Mbps로 같았다. 엘티이는 10㎒ 덩어리로 75Mbps 속도를 내고, 주파수 덩어리 크기에 비례해 속도가 증가한다. 그런데 케이티(KT)가 지난해 엘티이용으로 사용중인 주파수 대역 바로 옆 것 10㎒를 받아 엘티이 주파수 덩어리 크기를 20㎒로 늘리면서 데이터통신의 속도 균형이 깨졌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 엘티이의 데이터통신 속도는 여전히 75Mbps인데, 케이티 것은 150Mbps로 증가한 것이다. 케이티는 새 엘티이에 ‘광대역 엘티이’란 이름을 붙이고 ‘빠름! 빠름! 빠름!’ 광고를 해왔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해 주파수 경매 때 케이티가 인접 대역 주파수를 가져가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실패했다. 당시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는 각각 엘티이용으로 쓰고 있는 주파수 대역에서 멀리 떨어진 것을 받았다. 이후 두 업체는 다른 대역에 흩어져 있는 주파수 덩어리들을 묶어 한덩어리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 성공했다. 엘지유플러스의 경우, 800㎒ 대역의 10㎒ 덩어리와 2.6㎓ 대역의 20㎒ 덩어리를 묶어 3배 빠른 225Mbps 속도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졌다. 멀리 떨어진 2차선 국도와 1차선 지방도를 묶어 3차선짜리 고속도로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사업자는 즉각 이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통신 속도를 225Mbps로 높인 새 엘티이 구축에 나섰다. 그리고 케이티의 광대역 엘티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광대역 엘티이-에이’란 이름을 붙이고, ‘세계 최초 서비스’와 ‘세계 최초 전국 서비스’란 타이틀 경쟁을 벌였다. 졸지에 전세를 역전당한 케이티도 기존 1.8㎓ 대역의 20㎒와 900㎒ 대역의 10㎒를 묶은 광대역 엘티이-에이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용자들한테는 어떤 도움이 될까. 이통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당분간은 이용자들한테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영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데 필요한 속도가 3~5Mbps면 되고, 이통 3사의 전국 기본 엘티이가 75Mbps의 속도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가 더 필요하겠냐는 것이다. 다만, 월드컵 응원 현장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일시적으로 많이 모여 데이터통신 속도가 떨어질 수 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단다. 광대역 엘티이-에이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아직은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 엘티이-에이’ 모델밖에 없다.
결국 이통사들의 광대역 엘티이-에이 경쟁의 속내는 ‘남보다 빠르다’란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6월 말 현재 국내 엘티이 가입자는 3200여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반을 넘었다. 엘티이 가입자가 늘면서 데이터통화량도 지난 3년 사이 3.3배나 증가했다. 데이터통신 속도에 대한 신뢰가 음성통화 품질 못지않게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좀더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지국 수와 서비스 반경을 부풀리는 행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출처 :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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