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정교과서 체제..정권 입맛대로 집필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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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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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 장관

정부, 교과서 ‘국정’체제 추진..교육부가 교과과정 개발 등 관여
국정교과서 외친 새누리에 화답..검정제 틀 유지…역풍 의식 ‘꼼수’

자율화 역행에 전문가들 우려“2011년 뉴라이트가 넣으려던
식민지근대화론 등 실릴 수도” 

 

[한겨레]편수 전담 조직을 부활시키려는 교육부의 방침은, 검정제도는 그대로 두면서 사실상 국정 교과서처럼 운영할 수 있는 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과 오류투성이 내용으로 교학사 교과서가 일선 학교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교육부의 화답인 셈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국정 교과서가 검정·인정 교과서로 진화해온 자율화 체계를 되돌리면 엄청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교육부가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정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는 북한과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뿐이다.

 

9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국편) 및 교육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부가 추진중인 편수 전담 조직은 과거 문교부 시절 편수관실처럼 교육 전문직 공무원인 교육부 직원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서남수 장관의 이날 발언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편수 조직이 만들어지면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나 국편 등에 위임하고 있는 교육과정 개발과 교과서 검정 및 수정 과정에 공무원들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편수 조직은 1996년 7월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원 등이 생기고 검정제도로 바뀌면서 정부가 이들 기관에 (교과서 관련 작업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양쪽에서 중복으로 일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사라진 조직이 편수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 가운데 하나는 교육과정 개발에 교육부가 직접 나선다는 점이다. 김성기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은 이날 “현재는 평가원이 (교육과정을) 연구해서 결과를 보내면 교육부는 절차만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이것을 바꿔 아예 연구 과정에서부터 직접 관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교과서 내용 구성의 바탕이 되는 등 ‘교과서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과정을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만들게 되면 교육부의 구실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간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국가가 직접 만들지 않고 큰 틀만 잡는다는 ‘대강화 원칙’에 따라 교육과정 등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건드리지 않아왔다. 국편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관여한다는 의미는 이 대강화 원칙이 깨진다는 의미이고, 결국 교과서 내용 전체를 정권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1년 교육과정 개발 당시에는 뉴라이트 세력 쪽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대한민국 1948년 건국설’ 등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국편이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아 이들의 시도는 좌절됐다. 앞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경우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전문가인 오수창 서울대 교수(국사학)는 “결국 정부가 학문적인 내용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이번 방침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편수 조직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기 정책관은 “전문성 있는 교육부 담당자들이 교과서를 그야말로 교과서답게 만들 수 있도록 책임있게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 그 조직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조사관은 권한이 막강해 사실상 교과서 검정과 수정 과정을 완전히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그 결과는 검정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사실상 국정 교과서 체제로 운용되는 것이다.

 

금성출판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저자인 김종수 군산대 교수(사학)는 “국정이란 이름은 쓰지 않으면서 권한은 국정처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학문적인 내용을 학계 자율로 맡겨야 하는데 교육부가 뭘 쓰면 된다, 안 된다를 구분하게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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