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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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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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생년월일·성별 등 그대로 노출… 본인인증 등 광범위하게 쓰여
ㆍ독일은 숫자만으로 파악 못해… 사용 범위 줄이는 개선책 필요

[출처 경향신문]신용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를 계기로 정보 암호화 등 각종 보안강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첨단보안시스템도 완벽할 수는 없다.

보안 전문가들은 정보유출 예방 단계인 ‘보안’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보안의 대상이 되는 ‘정보’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3자리 숫자로 평생 변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가 대표적이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 피해자 중 상당수는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한국의 주민번호는 개인의 생년월일과 성별, 출생지 등 개인정보를 한꺼번에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생활 정보 자체만으로는 그게 어떤 사람에 관한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주민번호는 그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특정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주민번호 대신 의료보험번호·연금보험번호·조세식별번호 등 1인당 3가지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숫자만으로 개인정보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2010년 도입된 독일의 개인 전자인증서는 10년마다 번호가 갱신되며, 인증서 자체가 본인 인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변치 않는 한국의 주민번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고려대학교의 계인국 박사는 “독일은 개인정보에서 파생된 숫자를 식별번호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사회보장번호(SSN) 시스템을 사용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SSN으로는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알 수 없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백수원 선임연구원은 “예컨대 주민번호 뒷자리의 첫번째 숫자로 성별을 파악하고, 그 다음 숫자는 출생지로 서울은 0이 되는 등 지역별로 부여된 숫자가 있다”며 “한국처럼 지역감정이 심한 경우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번호가 의료, 세금 등 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적 거래 등에서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도 문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주민번호는 행정적으로 주민등록 ‘관리’를 위해 만든 번호인데, 한국 사회는 이를 본인확인의 인증 수단으로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SSN이 본인 인증을 하는 데 유일하고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운전면허, 학생증 등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다. 독일은 각 개인식별번호가 정해진 영역 외에서는 사용될 수 없다. 과거 동독에서 주민번호가 사용됐지만 “개인을 감시하려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통일 과정에서 모두 폐지됐다. 

 

식별번호에 대한 엄격한 사용제한은, 정보보호에 대한 독일 정부, 법원 등의 확고한 인식과 헌법에 대한 해석에 따른 것이다. 독일연방기본법 제2조1항은 “정보의 자기결정권은 정보보호에 대한 기본권이고, 개인 정보는 먼저 국가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돼야 하고 또한 국가는 제3자에 의한 정보의 침해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주민번호를 쓰는 범위를 최대한 줄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는 법에 의거하지 않은 주민번호 수집은 모두 금지되지만,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을 경우 본인 확인 문제를 어떻게 할지 등의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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