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장기가입자 기초연금 현행보다 불리 논쟁

  • LV 3 하양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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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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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노인요양병원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ㄱ씨(56)는 국민연금에 16년 동안 가입해왔다. 식당과 호프집, 산후조리원 등에서 일해온 그는 직장을 잃고 쉰 적도 많았지만 “국민연금만은 ‘내 노후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을 때도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25일,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에게는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안을 발표하자 국민연금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ㄱ씨가 말했다. “국민연금 오래 가입한 게 차별받을 일인가요?”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발표된 지 4개월 가까이 됐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사람일수록 덜 받는 정부안이 정기국회 후 수면 밑에서 내연하다 다시 여야 정책경쟁의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의료영리화·철도민영화와 함께 2월 국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예고됐다. 정부는 법안을 통과시켜 7월부터 정부안대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 정부·여당 논란 해명 없이 정부안 7월 시행 밀어붙이기
민·관·정 협의체 출범도 못한 채 내달 국회 ‘격전’ 예상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기초연금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9월 정부의 공약 이행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정부안에는 올해 지급액이 10만~20만원이며, 하위 70%에 속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무연금자 포함)라면 20만원을 전액 받지만 가입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약 1만원씩 삭감돼 20년 이상 가입자의 수령액은 10만원으로 줄어들도록 돼 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약속을 깨고 차등지급하기로 한 점,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는 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 미래세대에게 불리하다는 점 등을 놓고 갈등과 비판이 커졌다. 정부안을 가장 먼저 반대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관직을 사퇴했다.

해를 넘겨 부딪치는 기초연금의 쟁점은 두세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먼저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저소득 장기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앞서 소개한 ㄱ씨(월소득 100만원 안팎)보다 소득과 재산이 더 많은 ㄴ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ㄴ씨가 소득하위 70%(지난해 기준 부부가구 132만8000원 이하) 기준을 충족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3년 이하라면 ㄴ씨는 기초연금을 20만원 받을 수 있다. 반면 ㄱ씨가 원래 계획대로 65세까지 향후 9년간 계속 보험료를 납입해 가입기간이 총 25년이 된다면 기초연금은 10만원만 받게 된다.

복지부는 ‘저소득 장기가입자’ 차별 문제에 뚜렷한 입장과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순천향대에서 ‘통하는 정책이야기’라는 강연을 하면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들에 대해 “(국민연금은 설계상) 낸 것보다 많이 받아간다. 그러한 혜택은 혜택대로 다 가지고 추가로 기초연금 20만원을 다 달라고 요구하는 게 가난한 분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10만원을 받는 ‘저소득층 장기가입자’와 20만원을 받는 ‘(상대적) 고소득층 단기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발언이다. 

 

‘독소조항’의 문제를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초연금제도가 10년 안팎을 지나면 오히려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보다 모든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불리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현 기초노령연금법에는 연금액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소득 즉, ‘A값’의 5%(2008년)에서 시작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가 돼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단계적 인상’을 실천하지 않았고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A값의 5%(약 10만원)에 머물러 있다. 법대로만 해도 기초노령연금액은 순차적으로 올라 2028년 하위 70% 노인은 그 시기의 국민소득 즉, A값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일괄 지급받을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처음에 설계한 기초연금은 A값 상승률보다 낮은 물가상승률에 연동된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국민연금 재정계산 자료’를 보면 2020~2050년의 A값 증가율 전망치는 5.2%였지만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였다. 따라서 지금은 기초연금이 20만원으로 시작하더라도, 물가상승률보다 기울기가 더 큰 A값 상승률에 연동한 기초노령연금 액수는 수년 뒤 기초연금액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쏟아지는 비판에 정부는 해당 조항의 문구를 바꿨지만 여전히 ‘A값 연동’ 명시는 피했다. “기준(기초)연금액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하되 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수급자의 생활수준, A값 상승률,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 고려하여 적정성 평가 및 조정하도록 한다”고 정리한 것이다. 정부가 국민연금 연계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소개한 석재은 한림대 교수마저 이 대목을 두고 “기초연금이 연금의 성격을 가진다는 의미를 담은 ‘A값 연동 지급’을 법안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논의 절차를 둘러싼 파열음도 나오고 있다. 예산 심사 중에 여야가 합의한 민·관·정 협의체 구성은 새누리당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아직 준비 단계도 착수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속도로 봐선 2월 법안 통과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면서 “7월 시행을 위한 ‘데드라인’인 4월 국회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에 이어 2월부터 4월까지 다시 벌어질 ‘기초연금 대전’이 예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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